뒷북리뷰

솔직한 글로벌 언니의 열정토크 2-2

할머니약손 2018. 1. 27. 00:22

솔직한 글로벌 언니의 열정토크

릴리 저/북하우스/2015년5월22일/284쪽


런던에서 상하이까지 거침없는 

해외 취업 성공기


영국 명품패션브랜드 디지털 프로젝트 매니저,

세계를 누비는 8년간의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망설이는 당신에게 주는 꿈의 실현가이드


서른에 시작된 릴리의 제2의 글로벌 인생




  우연히 해외취업을 검색하다가 보게 된 유투브에서 해외취업 소개를 위해 섭외된 인터뷰어 릴리 언니를 보고 반가운 호기심에 단숨에 책을 구매하였다. 이 책의 앞부분은 미리보기에서 많이 보셨을 테니 직장인이라면 공감할만한 중반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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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인생의 롤러코스터 시련과 희망의 한끗차이

 - 좌절 극복기 -


승진 안 된 날에 축배를!


  승진자 명단이 알파벳순으로 공개가 되었다.

A.

내가 추천한 우리 팀의 A의 이름이 맨 위에 있었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명단을 살폈다. 맨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스크롤을 내려봤다. 아니 내릴 것도 없었다. 리스트는 길지 않으니까. 내 이름이 없다.



  당장 더 높은 타이틀을 달아야 겠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맡고 있는 일의 책임감은 충분히 크다. 맡고 있는 사람들의 수는 솔직히 내가 감당하기에 벅찬 수준이다. 회사에서는 나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고 있었다. 왜 승진이 필요한데? p.150



  린인 Lean in 을 읽고 나서였다.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의 충고대로 많은 여성들이 범한다는 티아라 신드롬의 실수 - 왕관이 둥둥 떠 다니다가 네 머리위에 앉기를' 기다리는 바보 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어떤 평가를 받고 싶은지,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평가받고 왕관을 내 손으로 잡아 머리에 쓰고 싶었다. 

  상사와 면담하기전, 평가서를 채우면서 내가 뭘 잘못했는지 빼곡히 적어 넣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칭찬의 메일도, 그리고 나와 함깨 일한 두 명의 매니저의 피드백도 첨부했다. 다시 한 번 자기 평가서를 읽어보았더니 내가 첨부한 피드백들이 너무 칭찬일색이어서 자기 평가부분에서 칭찬한 부분을 조금 지워야만 했다. 써농고 보니 과연 나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라는 우쭐한 기분이 들었다. 



  내 이름이 빠지 명단을 확인한 그 아침부터 오전내내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출장을 다니며 직원들과 고객들을 만났고, 밤을 새워 세일즈 팀 전략을 지원했다.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일도, 남이 남기고 떠나간 일도, 회사에 필요한 일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매달렸다. 이번에 승진한 동료들과 비교해서 평소에 칭찬을 덜 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나를 승진시켜주지 않았을까? p.151



  평소에 친하게 지내는 여자동료와 점심을 먹으러 나가, 프러포즈했다가 거절당한 사람마냥 쓴 입맛을 다시며 억지로 죽을 떠 넣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을 사무실로 들어가기 싫어 아이스크림 와플을 사이에 두고 그녀와 앉았다.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그녀에게는 오늘이 그저 매일 같은 하루였을 뿐이었다. 대신 그녀의 머릿속은 최근 실패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똑같은 와플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우리는 서로 다른 생각에 잠시 사로잡혀 아무말도 없이 아이스크림으로 눅눅해진 와플을 떼어 입에 넣었다. 



  이윽고 그녀가 무겁게 입을 떼었다.

"혹시 사랑을 해 본적 있어?"


  "응, 사랑을 해본적 있어 결혼을 약속한 사람. 나는 그 사람을 너무 많이 사랑해서 그 사람이 만약 눈이 멀게 되면, 내 눈 하나를 그 사람에게 주겠다고 생각했어."


  그녀의 입이 쩍 벌어졌다. "눈? 눈을 준다고? 뭐가 그렇게 좋았는데? 그리고 왜 그 사람은 네 옆에 없는 건데?" p.152



  절대 헤어질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우리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일이 일어났어. 그렇지 않았다면 결혼해서 한국에서 직장을 다니며 그의 가족들과 함께 살 생각이었어. 난 지금도 생각해. 그때 그 일이 없었다면, 싱가포르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취미도 가질 수 없었을 거야. 그리고 너도 그리고 여기의 누구도 알지 못했을 거야. 이 나라 저 나라 발자국을 남길 일도 없었겠지. 

  우리는 가난한 커플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를 만났던 것을 후회하지는 않아. 그는 나를 힘껏 사랑했고, 우리는 서로를 도와 4년이나 인생의 가장 힘들었던 시간들을 가장 든든하고 애틋한 시간으로 바꾸어 놓았어. 그 4년간은 누구한테도 지지않을 만큼 넘치는 사랑을 주고 받았어. 그러다 헤어지게 되었고, 그 후 3년간 우울증에 시달렸지만 p.153



  지금 내가 여기 있잖아. 지금 나는 우리가 더이상 함께가 아니라는 게 기뻐 싱가포르 하늘 아래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잖아. 우리가 헤어진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믿게 되는 날이 이렇게 빨리 왔으니까."



  그녀에게 이야기를 하는도중에 내 안에 생각이 떠올랐다. "이건, 내 인생의 베스트 시나리오야" 그거다! 승진이 '오늘' 안 된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마치 그와 내가 '그때' '거기'에서 결혼에 이르지 못했던 것처럼  p.153



  그리고 사무실로 돌아온 나의 오후는 달랐다. 설레기까지 했다. 내 머릿속에 있는 질문은 같았다. 왜 내가 승진이 안 된 것일까? 그렇지만 오전과는 완전히 다른 관점의 질문이었다. 오히려 나는 오늘 승진 누락뒤에 어떤 놀랍고 더 좋은 일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어떤 다른 기회가 나에게 열린 것인가, 하고 신나기까지 했다. 



  나는 내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와 내 담당의 팀들을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고 회사안과 밖에서 싱가포르는 나에게 좋은 기회들을 주어 내가 쑥쑥 자랄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었으며, 나에게는 승진과 디렉터 직함 말고도 더 많은 옵션들이 있었다. "할 수 있어! 힘내!"라는 식으로 막무가내의 긍정적인 자세로 상황을 애써 바라보는 차원이 전혀 아니었다. 상황은 진실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이었다. 그저 내가 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 승진이라는 요소에 매몰되어 보이지 않았던 다른 가능성들은 승진의 불이 꺼지자마자 여기저기서 솟아 나와서 불꽃놀이처럼 팡팡 터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와 나의 생각의 발전경로를 친구에게 공유한 다음 이렇게 덧붙였다. "동정하지 마, 승진 안됐지만 정말 기뻐. 애써서 밝고 긍정적으로 행동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상황이 정말로 긍정적이라고!" 



  그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나 지금 정말 놀란 것 알아? 나 정말 똑같은 이야기를 수요일에 들었어. 내 친구 줄리앙이 최근에 회사에서 잘렸거든. 줄리앙이 얼마나 막막해하고 걱정을 하던지, 정말 안타까웠어. 그런데 정리해고 통보를 받고는 다른 회사들을 알아보기 시작하자마자 바로 인터뷰 3개가 잡혔고, 월급이 두 배인 다른 회사로 입사했다는 거야. 네 말이 정말 맞아. 그냥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게 아니야. 그가 해고당한 그 상황은 멋진 상황이야!"  p.154



  그렇다. 이 상황은 멋진 상황이다. 이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퇴근 후 그리스 친구를 만나러 가기위해 그리스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리고 내가 왜 이렇게 에너지가 넘치는지 영문을 모르는 친구들과 함께 도톰한 문어다리와 그리스 샐러드, 꿀 같은 와인으로 오늘을 축하했다.


 

예측불허의 인생에 축복을! 

승진이 안 된 날에 축배를!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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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진.. 언제가 하지만 결국 우리는 또 언젠가 퇴사하거나 은퇴해야하거늘.. 조직안에서 승부에 대해 한 가지만 보고 내달려 오진 않았는지... 되돌아 보면 위기는 기회가 되었고, 시인의 노래처럼 인생의 8할은 바람이었는데 말이다. 릴리 언니 덕분에 위로를 받는다. 


  또한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이 글을 읽어주는 오늘을 열심히 사시는 언니 오빠들 그리고 사랑스런 동생들 모두 한 번 쯤은 겪어봤을 일을 위로하며 나와 그대들을 위해 우리도 Cheers!~

                                                                


*출처 : 솔직한 글로벌 언니의 열정토크 / 릴리 저 / 북하우스 p.15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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